해외여행 이야기/19_Kavkaz

22_[아르메니아] 수도원 기행

그저 물처럼 2019. 7. 31.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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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절인교"

십수년 전에 학생이 내게 한 말인데

지금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되었다.

아르메니아의 수도원이 내게 똑같이 다가왔다. 두꺼운 벽과 작은 창문, 벽돌로 아치를 만들고 그 위에 돔을 올렸다. 원뿔이거나 다각형의 지붕을 가진 건물이 이어진듯 아닌듯이 어우러져 있다.

처음 이 모습은 경이의 대상으로 다가왔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진다. 건축 지식이 박약한데다 여행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더욱 그렇다.

수도원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파괴되어 지금은 그 역할은 사라지고 교회만 남아 아르메니아 정교회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7월 26일(금) 더운 예레반을 벗어나 Dilijan으로 피서를 가자하고 길을 나선다.

예레반을 벗어나자 높은 지대 특유의 황량함이 나타난다.

 

 

고객을 잡기 위한 장치다. 구경을 했으니 빵도 하나 산다. 초등학생 몸을 가릴만큼 크다. 가격은 200AMD

 

 

3시간을 달려 Alaverdi에 도착한다. 도시가 가까워지면서 풍경이 바뀐다. 깊은 계곡과 높은 산은 적당히 초록과 바위가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선사한다. 풍경과는 다르게 도시는 황량하다못해 철지난 영화세트장과 같다. 깊은 협곡은 산을 칼로 잘라놓은 듯하고 그 아래에도 위에도 집들이 들어서 있다.

 

 

말티고개를 넘어 법주사에 오르듯 산길을 굽이돈다. 다른점은 한참을 돌아 올라도 마을이 나타난다.  그 한켠에 Sanahin 수도원이 있었다.

 

비잔틴 양식이냐, 아니면 코카서스 양식이 가미되었느냐는 전문가들의 식견일테고 무릇 무식한 여행객의 눈에는 교회보다는 그 앉은 자리에서 보는 전망이 좋다. 최순우 선생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에서처럼 절집보다는 그 앞에 펼쳐진 태백산맥의 준령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말이다.

교회의 바닥은 수도사들의 무덤이고 실내는 대부분 장식이 없다. 간혹 몇개의 의자가 있거나 제단에는 성모가 아기예수를 안고있는 그림이 있다. 이것을 아르메니아정교회의 특징중에 하나라고 해도 되려나.

 

 

여행객들이 제법 붐비는 곳이다. 화장실은 100드람이고, 공예품 등의 소품들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점심 후 Haghpat Monastery를 방문하였다. 사나힌 수도원과 같은 시기(10~13C)에 건립되었다.

가이드와 함께 오는 그룹이 하는 행동인데 벽에 붙어 끝까지 가면 뭔가를 이룰 수 있다던가? 모두들 열심히 해보지만 대부분은 실패한다. 수도원도 대단하지만  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압권이다.

 

 

본당의 프레스코화의 복원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자의 한켠에서는 팝송이.

 

 

그리고 이제 딜리잔 숙소로 간다. 풍경이 또 바뀐다. 멀리 보이는 저곳이 아제르바이잔이라고 우리를 태우고 다니는 Mher가 말한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소떼들이다.

 

 

Dilijan은 아르메니아의 스위스란다. 나무가 귀한 나라라 숲이 울창한 이곳을 그렇게 부르나본데 우리에게는 강원도다. 딜리잔으로 넘어가는 도로는 옛날의 한계령이고 산들은 작은 울산바위가 곳곳에 있는 설악산의 그것과 닮았다. 이들에게는 귀한 것일테고 여행객에게도 초록은 당연히 반갑다.

우리의 숙소는 딜리잔의 중심지에서 2km정도 떨어진 한적한 곳이다. 심지어 비포장길이다. 조그만 계곡에 자라잡은 이곳은 딱 강원도 팬션이다.

차에서 내린다, 한기를 느낀다. 예레반의 더위는 저만치 달아나고 배낭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는다.

다시 예레반으로 돌아가야하는 Mher도 한참을 둘러보다 시동을 건다.

 

 

 

7월 28일(일) 아침 9시. Mher가 예레반에서 달려왔다. 본래는 세반에 들렀다가 예레반으로 가려했는데 수도원 두 곳을 보고 가잔다. 그리고 게하르트 수도원과 가르니 신전도 함께. 그러다보니 본의아니게 수도원 기행이 되었다.

여기는 Gosh Church. 이 분이 법률가이자 신학자이자 철학가인 Gosh이다. 교회를 건립했고 여기에 묻혔단다.

 

 

다음은 Haghartsin 수도원. 건물보다는 벼락맞은 나무에 시선을 빼앗긴다.

 

 

다시 차에 올라 세반으로 간다. 아르메니아는 바다가 없다. 해발 1,900m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가 있다. 예레반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인데다 고속도로가 있어 방문객이 많다. 여기에도 있다. 호수 안으로 들어간 반도에 위치한 Sevanavank 수도원이다.

 

 

호수에 왔으니 물고기를 먹어야 제격이지. 송어가 많이 잡힌다니 이 놈과 이름을 들었어도 까먹은 물고기 하나를 위주로 밥을 먹는다. 송어는 찌고, 다른 고기는 구웠는데 역시 육류나 생선은 굽는게 진리다.

다시 길을 나서 예레반으로 향한다. 이번에 가는 곳은 가르니 신전이다. 오늘이 '물의 날이다.' 태국의 쏭크란처럼 과격하지는 않으나 물벼락을 조심하란다. 신전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물바가지로 무장한 이들이 먹잇감을 노리고 서있다. 카메라를 높이 들고 사정을 해보지만 인정사정 없는 자들은 항상 있는 법. 아랑곳하지 않고 물을 퍼 붙는다. 간신히 카메라를 지키고 신전으로 들어선다. 파르테논 신전의 축소판이다. 깊은 계곡 멀리 가르니 주상절리가 보인다.

 

 

신전에 나와서는 다시 물통을 든 하이에나들을 뚫을 자신이 없다. 마침 나가는 차가 있어 부탁을 해서 택시가 있는 곳까지 얻어탄다. 그리고 마지막 Geghard 수도원으로 간다. 동굴수도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가까이 갈수록 산세가 웅장해진다. 차가 길에 가득하다. 멀리서 내려 걸어간다. 수도원은 복잡했다.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고, 사람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예수를 찌른 병사의 창도, 바위에서 훌러내린다는 물도 기억에서 사라지고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일요일에 맞춰온 나를 탓힐수 밖에.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이 하치가르(Khachkars)이다. 돌로만든 십자가인데 모양이 같은것이 하나도 없단다.

우리가 장승을 세우고, 불교 신자들이 곳곳에 탑과 불상을 만들듯이 돌로만든 십자가를 세운다. 단순한 조각품이 아닌 그들의 영혼과 염원을 담는다. 축성을하고 성유를 바르면 신성한 힘을 지니게 된다고 믿었다. 교회와 수도원은 물론이고, 성벽에도 들판에도 묘지에도 만들어 세운다.

다니면서 몇몇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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