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임국심사 때 이야기다.
그녀는 우리가 예약한 호텔의 전화번호를 내밀자 아르메니아 번호가 아니라고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부킹닷컴의 예약확인서까지 디밀었다.
그런데도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 모습을 예레반에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규므리에서 마슈로카 - 그들은 택시라고 불렀고 좌석 사이는 넓었다. -를 타고 예레반 가까이 오자 기사는 우리보고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
말이 안 통할 때 쓰는 방법이다. 오페라 극장 사진을 내민다. 조금 뒤에 차를 세우고는 가방을 내린다. 그러면서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하면서 친절하게 택시까지 잡아주신다. 택시기사는 친구에게 전화를하고 우리에게 바꿔주면서까지 호텔의 소재지를 알게 해주고 싶어했다. 처음의 친구가 실패하자 다른 친구와 연결했다. 호텔의 전화와 통화를 하더니 그기가 아제르바이잔이라고 했다.
이런! 예레반에 예약을 했는데 아제르바이잔이라니. 처음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나를 일깨워준다.
아! 또 새 도시에 도착했구나.
기사에게 일단 오페라극장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얼마냐?"
"2,000"
고마움은 잠시, 역시나다. "이런 200이면 되는데"
"어쩌구 저쩌구"
아내가 1,000AMD을 주고는 획돌아선다. 특유의 제스처를 하고는 시동을 건다.
이 호텔은 예약당시 부킹닷컴에 3일전에 올라온 숙소였다. 후기가 없는 숙소 예약에 맛을 들인 후 과감하게 지른 곳이다. 아내가 공연을 보고 싶어했고 이 호텔은 극장 가까이에 있었다. 체크인 하는 날 오후 6시까지 무료취소가 가능했다.
카페에 앉아 한 숨을 돌린 우리는 호텔을 취소했다. 그리고 다시 호텔을 찾았다. 공화국 광장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3일 후 우리는 아파트를 예약한 상태였다. 사진으로는 럭셔리 - 아파트 이름에 붙어 있었다. - 라는 말이 어울렸다. 12시부터 체크인도 된단다. 메일을 보내 확인도 했다.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아파트까지 캐리어를 끌고 도착해보니 사진과 너무도 다른 곳이다. 베란다가 있는 집이었는데 주위 건물에는 베란다도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한다.
아르메니아어로 뭐라뭐라하고는 말끝에 쏘리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는다. 3일 전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더욱이 여기는 방값이 환불불가다.
다시 근처 카페로 들어간다. 전화를 한다. "쏘리"
카페 직원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는 전화를 건넨다.
통화 후 후 직원 왈. 둘째가 키를 갖고 다른 도시에 갔는데 차에 문제가 생겨서 정리하고는 지금 이리로 달려오는 중이라고. 미안하다고 10분만 기다려 달란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찬음료를 시키고는 기다린다. 이놈의 10분. 내가 하산하면서 올라오눈 분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었는데.
이후 한 번의 통화가 더 있은 후 2시가 되어서야 키가 나타났다. 건장한 남성 둘과 함께. 사진과는 사뭇다른 곳 - 키맨이 돌아간 후 우리는 이곳이 사진으로 보던 그 장소가 아님을 알아챈다. - 임에도 우리는 그냥 들어간다. 이들은 설명을 하고, 우리는 돈을 건낸다.
베란다는 비둘기가 점령하고 있어 나갈 수도 없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사진과 달랐을 뿐이지 3일을 사는데는 별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우리가 지불한 돈 즉 가성비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3일 후 새로운 숙소 - 호텔이라야 짐을 잘 맡아준다. - 에 큰 짐을 맡기고 Dilijan에서 2박을 한 후 돌아와서는 발레를 본다. 마침 이 날이 물의 날이라 도시는 '물퍼붓기'가 한창이었다. 특히 공화국광장에서 축제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녁 6시 걱정을 하면서 오페라극장으로 간다. 거리에는 물동이를 든 젊은이들이 배회하고 있었으나 축제는 막바지에 이른듯했다. 우리는 무사히 도착했으나 물벼락을 피하지 못한 관객들도 보였다.
제목은 '지젤'이다. 발레는 처음이다. 눈을 부릅뜨고 버틴다.
쉬는 시간에 옆좌석에서 생수병을 따달란단. 안된다. 세상에 병뚜껑도 못따는 나이가? 뒷좌석-인도인으로 보이는 - 친구에게 부탁한다. 역시 안된다. 바닥에 떨어진 자존심을 주워 제자리에 놓는다. 아내 옆에 앉은 아이가 물병 주인이다. 어머니가 물사러 나간 사이에 찰칵.
나는 하품을하고 아내는 눈물을 흘린다. 9시 아파트 들어가는 날 도움받은 카페로 간다. 모두들 반갑게 인사를 한다. 당일 멀리서 온 이방인을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와인을 곁들여 늦은 저녁을 먹는다. 매니저는 그 날 동포의 실례를 대신해 사과한다. 앞으로도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부탁하라는 말도 덧붙인다. 이게 사는 맛이지. 음식도 훌륭했다.
이름은 Armat Restaurant. 작지만 인테리어도 깔끔하다.
호텔에 2박을 했다. 왠지 그냥 떠나기에는 아쉽다. 조지아 바투미로 가기로 한다. 그것도 기차로.
7월 29일 기차역으로 간다. 번호표를 뽑고 전광판을 보니 우리 순번은 99번, 전광판에는 67번이 표시되어 있었다. 근데 이게 진행이 안된다. 무려 1시간을 기다려도 70번대다. 안은 더웠다. 점심을 먹으러 역 밖의 카페에 앉는다. 실내가 없으니 당연히 에어컨은 없다. 연신 덥다하면서 하는 부채질에는 짜증이 묻어있다. 간단히 샌드위치와 맥주를 시키고는 화장실에 다녀온다. 길목에는 낮부터 불콰한 얼굴의 사내 넷이 앉았다가 나를 붙잡는다. 한 잔 하고 가라며 의자까지 가져온다. 저 쪽의 아내 얼굴에 노기가 띤다. 서서 보드카 한 잔 먹고는 연신 허리를 굽히고는 자리로 돌아온다. 역사는 멋있다.
번호표를 뽑고 3시간 째 기다린다. 아르메니아는 인터넷 예매가 안된다. 창구는 4개. 하나는 닫힌 시간이 더 많았다. 내가 보기에는 열차표 구입을 정해서 오는게 아니라 창구에서 가족들이 토론을 한다. 시간을 물흐르듯이 흐르고 우리는 하염없이 기다린다. 도대체 이 시스템은 뭐란 말인가?
오후 3시 드디어 우리 손에 차표가 들어왔다. 매표원은 묻고 또 문는다. 여러번 날짜와 시간과 Class를 확인한다. 어떤이는 일등석을 달라고했는데 여러번 물어 동양인이 일등석을 달라고 해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단다. 환불이나 잘못된 것의 재처리 절차가 힘들어 재차 삼차 묻는 것일것 같다. 정말 여러번 확인 또 확인하고는 표를 내어준다.
8월 1일 15:30분 출발. 2일 07:30분 Batumi도착
저녁은 중국집에서 하자. 검색을하니 마침 인근에 있다. 호텔 앞이 공원이니 산책 겸 어슬렁어슬렁 걸어간다. 길은 건너 식당 거리로 들어가니 별천지가 펼쳐진다. 광장에는 분수가 있고, 그 옆으로 새로지은 건물과 식당들이 있고 입성이 남다른 남여노소들이 가득하다.
Dragon Garden이라는 중국집이다. 익숙한 중국 등燈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 바깥에 자리를 잡는다. 탁자에 있는 젓가락이 식욕을 돋군다. 일식과 중식의 퓨전요리이다. 근데 비빔밥이 있었다. 시켰다.
그리고는 여기 좋다. 여기에 아파트를 얻자. 예약을 한다. 바로 옆집이다. 입구도 확인한다.
비빔밥이 나왔다. 또 근데다. 밥은 없고 국수가 육수에 말아져 나왔다. 그 위에 채소로 데코를 한. 고추장도 없다. 설명을 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밥은 rice지 noodle가 아니라고. 미안하다면서 다시 내 온단다. 한참 후에 5분만하고 간다. 또와서는 미안하다고 5분만한다. 취소해도 되냐. 괜찮다. 메뉴판을 다시다오.
메뉴를 확인하니 비빔밥에 noodle가 적혀 있었다. 이런 미안할데가
또 근데다. 바로 옆집이 Dargett Craft Beer집이다. 아내를 꼬드긴다. 그렇다고 쉽게 되지는 않지 않는다. 그래도 참새가 방앗간을 찾는것보다 간절할까?
들어선다. 마침 맛보기용?도 있다. 3종류 중에 2개를 시킨다.
모두 10개가 온다. 모두 내 차지다. 술 좋아하는 내 입에 안맞는 넘도 있네.
아침에 짐을 꾸리고는 메일을 확인하는데 전화를 달란다. 집에 문제가 있어 체크인이 곤란하니 예약취소를 해 달란다. 가방을 끌고 호텔 앞에 앉아 이번에는 AirB&B를 뒤적여 아파트를 예약한다. 마침 일찍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해서 들어간다.
우리는 Airb&b를 자주 이용하지는 않는다. 정확히 숙소 위치를 알려주지도 않지만 숙소 찾기와 키를 인수인계하는 것도 힘들다.
저녁이 되었다. 아내의 시간이다. 아파트라 밥은 집에서 해결을 하고 밖으로 나선다. 분수가 춤을 춘다. 우리는 여기를 예레반 청담동이라 칭한다. 사실 청담동에는 가본적이 없다.
8월 1일 아르메니아를 떠나는 날이다. 11시 체크아웃을 한다. 아파트 경비실에서 가방을 맡아 준단다. 박물관을 가기로 한다. 박물관이라니 실로 오래간만의 일이다. 틀림없이 에어컨도 잘 나오리라. 무거운 가방도 라커에 넣고 피서차원, 시간떼우기로 갔으나 들어간 박물관은 대단했다.
찬란한 문화는 이런것이다.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시간은 잘 간다.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에 이르기까지 기사가 뒷차에 양보하면서 안전 운행하는 걸 딱 한번 봤다. 예레반 시내에서 기차역으로 갈 때였다. 처음으로 시간에 쫒겨 마음을 졸이던 때였다.
우리는 급했고 그는 아니었다. 한 손으론 핸들을 다른 손으론 휴대폰을 놓지 않았다. 내가 시계를 가르키자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이 날도 더웠다. 기차는 출발을 해야 찬바람이 나올터였다. 더워서 모두 차에 오르지 못한다.
출발하고는 찬바람이 나온다. 이내 긴팔옷을 꺼내 입는다. 이 무슨.
기차는 달린다. 노후화 되었다는걸 선로를 보지 않아도 알겠다. 시끄러운 소리와 덜컹거림은 편히 서있기가 곤란하다. 콘센트는 복도에 몇개 - 100V -뿐이다.
그래도 객실에는 물과 간식거리를 갖춰 놓았다. 힘든 중에도 승객을 배려하는 정성이 눈에 보인다. 시끄럽지만 잠은 온다.
입출국 절차는 간단하다. 출국 때 세관원이 묻는다.
"브랜디?"
"No only Beer"
내 느낌으로 그의 반응은 이랬을 것으로 짐작한다.
"세상에, 그걸 두고 오다니"
아듀 아르메니아내 다시 꼭 오리니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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