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이야기/19_Kavkaz

25_ [조지아] 바투미 Batumi - Ⅰ

그저 물처럼 2019. 8. 1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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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진이 많다. 바투미에 대한 정보는 따로 정리하기로 한다. 정보 - 읽다보면 쬐끔은 있다. - 를 원한다면 도움은 별로 안된다.

 

가는 길이 험하다 했다.

그리고 시간도, 차 컨디션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카즈베기를 갔다왔으니 설산이 뭐 다르겠나며 가고싶지 않다 했다. 메스티아를 가기위해 보르조미에 도착했으나 아내는 가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예레반에 갔으나 너무 더웠다.

아내 말에 의하면 중간중간에 내가 메스티아를 말하더란다.

해서 아내는 큰마음을 먹었고 우리는 예레반에서 바투미- 여기서 메스티아로 가는 마슈로카가 있다. - 로 왔다.(8월 2일) 역 건너 멀리 바투미 시내가 보인다.

 

 

예약한 아파트는 우리를 사로잡았다. 23층의 방은 흑해를 향해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더우기 거실과 방은 각각의 베란다- 나에게는 뭔 소용이 있을까마는 - 를 갖고 있었다. 아래 중간이 우리가 빌린 아파트가 있는 건물이다.

소위 New Batumi라 일컬어지는 이 지역에는 나날이 고층건물들이 엄청나게 들어서고 있었다. 가까이에 까르푸가 들어선 것으로봐서는 이 지역이 곧 건물에 둘러싸일 것이 분명하다.

 

 

 

첫 날 저녁에 걸어서 Ali & Nino까지 걸었다. 지도에는 약 2.5km라 했지만 해진 저녁 석양을 보며 걷는 길은 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중간에 분수쇼도 있었다. 비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다시 걸어도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밤에 비가 많이 왔다. 아침 바다색이 누렇다. 비가오고 파도도 제법이어서 해변이 한산하다.

 

 

3일째 Sim을 위해 시내로 나갔다. 공원을 지나 따가운 햇빛에 짜증이 날 즈음 반가운 분을 만났다. 카톡아이디를 일려드렸다. 마침 다음 날 시내로 숙소를 옮기기로 되어 있었다. Sim을 끼우고 나니 연락이 온다.

"내일 만나서 냉커피나 한 잔 하실래요."

"좋습니다." 로 시작된 인연은 우리를 보름동안 바투미에 붙잡아 놓는다.

숙소는 Piazza 광장 근처였고 피로스마니가 그린 그림도 있었다.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된 만남은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다. 바투미에는 한국인이 5명이 있단다. 우리가 만난 부부는 리투아니아와 우즈베키스탄 오데사에 공장을 갖고 계시는데 날씨가 좋아 여기로 오셨단다.

 

여행을 한 후 처음으로 아침에 일어나기 - chacha를 2/3병이나  - 힘들었다.

한국의 처남에게까지 전화를 하며 법석을 떨었지만 온라인으로 주그디디에서 트빌리시로 가는 기차표 예매를 실패했다. 직접 가기로 했다. 구글이 가르쳐 준 곳에 도착했건만 우리가 도착했던 기차역은 보이지 않았다. 역사진을 들고 아저씨께 들이민다. 아저씨가 씩 웃더니 내어깨에 팔을 걸치고는 길가로 데리고 가서는 "마슈로카"라 한다. 우리가 우물거리자 친절하게 기다리다 차를 잡아주고 기사에게 내릴 곳까지 일러준다.

나중에 알고보니 구글이 가르쳐준 곳은 옛날 역이었다. 예매를 하고 10번 버스를 탄다. 아침에 만난 같은 숙소의 부부를 만났다. 식물원에 다녀오는 길이라 했다.

현금으로 차비를 내도 되느냐하니 기사는 뭐라뭐라 하더니만 버스정류소에 차를 세우고 직접내려 바투미카드를 구입해 준다.

오늘도 천사를 만났다.

 

 

버스에 내려 바다의 신을 지나 천문시계를 만나고, 유럽광장에서 메데이아와 마주쳤다. 이아손을 만난 곳이 바투미라는 설이 있단다. 머리속에서 "먼 소리여"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분은 그리스신화로 들아가시라.

공기좋고, 햇살좋고, 사람좋은 이곳에서 난 공부하기 싫으니.

오후 3시. 메데이아와 눈을 마주하는 카페에서 커피와 피자를 주문한다. 바깥에는 햇빛이 나른하게 내려앉았고, 광장에는 관광객 몇 명만이 왔다갔다한다.

서비스라며 과자를 준다. 유럽에서 공짜라니. 근데 피자는 맛이 없었다. 냉동피자를 전자렌지에 돌려주는 그것과 같았다. 배가 고팠음에도 절반 밖에 먹지 못했다.

그 때 카톡이 왔다.

"어디세요."

"메데이아가 있는 광장에 있어요."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가 갈께요. 냉커피나 한 잔해요."

아! 냉커피. 어제도 냉커피는 맛도 못보고 차차를 얼마나 먹었는지 기억에도 없었다. 잠시 후 두 분이 나타나신다.

"오늘은 시내 투어 후 집에서 밥이나 먹어요."

세상에 집밥이란다. 냉큼 따라 나선다. 커피집으로 간다. 유일하게 이 집만 냉커피를 한단다.

그러고는 시내투어에 나선다. 여기는 차차 시음하는 곳. 최근 유럽인들에게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란다.

 

 

 

여기는 아이스크림가게. 생과일만 넣어 만드는 바투미 최고의 집이란다. 마침 한국인 가족이 있었다. 최근에 나온 가이드북과 함께.

 

 

 

바투미의 올드시티는 작다. 유럽풍의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 앉았다. 며칠만 머문다면 올드시티에 자리잡고 시내만 돌아다녀도 심심하지는 않겠다. 그러다 싫증나면 바닷가로 가면되지머.

케익가게도, 교회도 보고는 집으로 간다. 오랜만에 오삼불고기, 청국장에 소주- 일식집에서 샀다. - 를 마셨다.

 

 

"다음은 어디를 가요?"

"내일 메스티아로 갑니다."

"거기가 어떤곳인데"

"산골이고 설산도 보이고 경치도 기가 맥히고 . . . . . "

"힘들게 머하러 가. 여기가 얼마나 좋은데, 여기서 좀 더 놀아"

"그럴까요."

여성 분들이 검색을 하더니만

"여기 10층에 방이 있네" 하고 3박 예약을 한다. 그러자 변사장님 曰

"여보 내일 Hopa나 갔다오자."

"그럴까."

"호파가 어딘데요."

"터키"

 

8월 7일(수) 체크아웃을 하고, 짐은 변사장님네에 두고 차를 탄다. Sarapi를 지나 국경을 통과한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터키로 넘어간다. 2번째 방문이다. Hopa에서 여행 후 처음으로 술없는 점심을 먹는다.

조지아는 공산품값이 비싸 가끔 쇼핑을 목적으로 넘나든다더라. 그냥 밥 먹자고 국경을 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여권 스템프가 취미라면 몰라도.

 

 

오는 길에 터키에서는 세제를 사고, 조지아에 들어와서는 까르푸에서 장도 보고는 집으로 온다.

"오늘은 저희가 밥 살께요."

"그래요."

10층의 새 집에 짐을 들여놓고 경치 좋다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오늘은 그냥 간단하게 집에서 밥 먹고, 내일 밖에서 먹어요."

"옙"

 

 

내려가니 이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보쌈에 명이나물까지. 어제 저녁 선물로 주신 chacha병을 열었다.

 

 

그러고는 다음날 점심은 콩국수를 얻어 먹었다. 그리고 어시장으로 간다. 시장이라고 말하기는 부족하다. 매대 몇 개만 있다. 생선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그것도 대부분은 수입산이란다. 옆에는 생선을 사가지고 가면 요리해주는 식당이 있었다.

 

 

이른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사장님 曰

"여보 김선생 언제 가지?"

"모레"

"어디간다꼬?"

"메스티아"

"우리도 갈까?"

몇차례의 술자리 끝에 해변에 앉았다. 구름이 하늘을 차지하고 있어 해넘이는 별로였다.

 

 

8월 9일 늦은 아침을 하고 메스티아 버스 출발하는 곳에 가보니 - 마침 3시쯤이었다. - 예매가 필요 없었다. 돌아서서 해변으로 걸어오는데 카톡이 온다.

"예매 하셨어요?"

"내일 가서 바로하면 되어 그냥 돌아가고 있습니다."

"내일 우리랑 같이 가요."

"예?"

"숙소는요."

"내일꺼만"

"저녁에 보고 이야기 해요"

우리는 마자막 바투미의 해변을 거닐었다. 하늘은 맑고, 알리와 니노는 이 날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날은 우리가 헤어진다고 사장님께서 이태리 식당에서 한 턱을 내신다고 날 잡아둔 터였다. 같이 아파트를 나선다. 석양은 쉐라톤 스카이라운지가 좋단다. 시간이 일러 해변을 한바퀴 돈다.

메스티아에 우리가 예약한 곳은 방이 없었다. 두 분은 다른 곳에 2박 예약을 했고, 우리는 다음 날부터 2박 예약을 했다. 하루를 같은 곳에서 머물게 되고 월요일 돌아가면 우리는 그 다음날 우쉬굴리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스카이라운지에 자리잡고 와인과 위스키, 보드카를 한 잔씩 하고는 해변으로 내려온다. 지인께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와인과 맥주를 놓고는 음악에 몸을 맡겼다. 바투미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이 때까지는 이 날이 바투미의 마지막 밤인줄 알았다.

 

 

Ali & Nino; 2010년에 만든 움직이는 조형물. 소설에 기반한 이슬람 알리와 조지아 기독교인 니노의 사랑 이야기를 표현. 하이퍼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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