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여행의 시작이다.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5월 어느날 아내 친구(쨍쨍)가 카즈베기를 가거던 Rooms Hotel에 꼭 가보라고 했다.
벌써 검색해보고는 가격이 후덜덜해서 비슷한 전망을 가진 호스텔을 찾고 있던 참이었다.
귀가 쫑긋해진 아내가 드디어 여행 일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쩔수 없이 아내 생일에 맞춰 Rooms Hotel을 예약했다. 여기에 맞춰 움직이려니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쉐키를 거쳐 시그나기로 들어가려 했건만 시간이 맞지 않아 7월 02일 바쿠에서 트빌리시까지 12시간 침대 열차를 탔다.
한 때는 침대열차가 꿈이었지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이것이 절대 낭만적이지만 않다는 사실을 익히 아는 터였다. 3일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출국과 입국 절차에 3시간 남짓 보내고는 09시경 트빌리시에 도착했다. 8일 카즈베기로 들어가야 했기에 며칠 보낼 장소를 찾아야 했고, 그 곳으로 시그나기가 간택되었다.
트빌리시에서 2박을 하고 마슈로카- 합승 미니버스(20인승 정도) - 로 2시간을 달려 시그나기로 들어왔다. 광장에 내려 두리번 거리는데 누군가가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숙소 주소를 보여주자 타란다. 옆집이라 그냥 데려다 준단다.
도시의 길은 가파르고 조각돌(박석) 포장이 많았다. 이 길을 걸어서 왔더라면 지금 생각해도 후덜덜이다.
도착하자마자 아주머니께서 수박을 내어 주신다. 시원하고 달다.
숙소는 우리 시골 2층 벽돌집이다. 2층에 방을 내어 주신다. 현재까지의 여행에서 제일 싼집이고, 더욱이 아주머니표 집밥이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예약하고 왔다.
저녁을 부탁했다. 거하게 내어 오신다. 와인도- 여기는 화이트 와인이 황금색이다.- 한병(1/2 L) 주신다.
왼쪽부터 콩, 생선, 가지, ?, 중앙은 돌마 - 피망과 토마토에 고기 등을 넣어 익힌 - 다. 돌마 밑에는 동그랑땡이고 그 옆은 빵 - 푸리, 담백하고 부드럽다 - 이다. 일부 음식에는 고수가 들어있다.
여기 음식은 대체로 짜고, 고수가 들어간다.
때문에 "낀지 아라(고수)", "마릴리(소금) 쪼다"라는 말이 외워지고 있다.
이 음식들이 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는지는 아마 마릴리 쪼다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 아닐까?
둘째날의 차림이다. 닭고기와 생선이 구운 것이라 입에 잘 맞았고, 가지요리는 평이하다. 생선 왼쪽은 피망 등 여러 채소를 함께 볶은 것인데 아내가 좋아했다. 힌깔리 - 조지아식 만두. 사진은 없다 - 도 주셨는데 고수가 들어있다. 음식들이 어떤 맛이었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내 답은 간단하다. 내가 맛을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빵, 토마토, 와인, 생선, 닭고기 뿐이다.
어쩌다보니 먹는 이야기가 길어졌다.본격적으로 시그나기에 대해 알아보자.
니코 피로스마니라는 화가가 있었다. 마침 프랑스에서 마르가리타라는 배우가 트빌리시에 왔고 사랑에 빠졌단다. 마르가리타가 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전재산도 모자라 피까지 팔아 백만송이의 장미를 바쳤지만 그녀는 매정하게 떠나버렸다.
우리나라에서 심수봉이 번안해서 불러 유명해진 같은 제목의 노래의 모티브가 니코 피로스마니라고 알려지면서, 그가 태어난 이 도시를 '사랑의 도시'라 불린다. 박물관에 그의 그림이 있었다. 검은색이 많이 들어갔으면서도 토속적인 주제와 경직된 자세들이 인상적이다.
니코 피로스마니는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58XX75000033
실제 여기는 24시간 어느때나 혼인신고가 가능하다.
피로스마니의 그림을 모티브로 한 조각상이란다. 아래는 멀리 보이는 둥근 원 카페에서 맥주 한 잔 - 세상에 조지아에서 맥주라니 - 하면서 본 모습이다. 도시로 들어가다 제일 먼저 만나는 모습이다. 유럽에서 흔히 만나는 요새의 도시다. 해발 800m의 시그나기도 성벽으로 둘러치고 적을 막았을 것이다. 도시의 어원이 터키어인 Siginak - 피난처? -이란다.
멀리 카프카스 산맥이 구름에 덮여있다.
도시 중심의 일부만 제외하고 성벽은 보존이 잘되어 있으나, 다만 일부만 둘러볼 수 있을 뿐이다.
도시의 몇 곳에서는 멋진 전망을 선사한다. 내가 찾은 최고의 전망은 박물관 뒷편이다.
산지에 앉은 도시이다 보니 경사가 제법이고 커브도 심하다. 인구 3,000의 도시는 숙박과 와인셀러와 식당으로 가득차있다. 낮에는 택시와 기타 탈것들이 사람들을 실어나르느라 작은 도시가 번잡하다. 광장과 포인터의 길목에는 양탄자, 두꺼운 직물 소재의 양말과 펠트 천으로 만든 신발을 늘어놓고 있으나 상인들은 판매보다는 호객행위도 없이 나른하게 앉았다.
이 분은 도다쉬빌리 - 19C. 철학, 역사, 문학에 조예가 깊으셨단다.
조지아 병사가 전쟁에 나갈때면 포도가지로 허리띠를 하고 포도씨앗을 품고 갔단다. 전사를 하게되면 그 자리에 포도가 자랐다. 이처럼 와인은 신앙, 자연과 더불어 조지아의 상징이 되었다. 와인을 발효하던 항아리(Kvevri 크베브리)가 도시 상징물이 된듯하다. 우리가 장독을 땅에 묻어 김치를 숙성 한것과 같은 방법으로 와인을 만든단다.
전몰자 추모벽이다. 부조물 양 옆으로 전사자들의 명단이 빼곡하다.
아래는 크베브리와 피로스마니의 그림에 나오는 사슴으로 형상화한 분수이고, 분수 바로 위가 결혼식 장소다. 오른쪽은 박물관 앞에 있는 타마다 - 만찬장에서 건배와 덕담을 주도하는 사람 - 상이다.
대체로 트빌리시에서 당일 투어로 많이 오는 모양이어서 저녁이나 이른 아침에는 조용하고 상쾌하다.
낮에는 다니기가 쉽지 않다. 시간이 나는 여행자라면 며칠 묵으면서 아침 저녁으로 다니면 좋겠다.
오늘은 아래 카페에서 알라자니 평원을 하루종일 바라보고 있어야겠다. 마침 옆자리에 와인을 마시는 분이 있다면 잔을 높이들고
Gamajos(가마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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