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이야기/19_Kavkaz

18_[조지아] 아할치헤 Akhaltsikhe

그저 물처럼 2019. 7. 2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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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은 날도 있네. 그쟈."

저녁 성에 있는 식당에서 맥주잔을 놓고 내가 아내에게 한 말이다.

 

그러니까 그 날 아침에만해도 나는 땡볕에 서서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왼쪽으로 고개를 길게 빼고 있다. 한참을 차가 오지 않은 것이다.

아침에 출발하는 마슈로카를 탔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렇다고 내색을 할 수는 없다. 아내를 그늘로 피신시켜 놓고 땡볕에 서 있자니 금방 등어리에 땀이 찬다.

11시 대형버스가 우리 앞에 멈춘다.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간다. 자기도 아할치헤로 간다는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손짓을 한다. 아니 큰 버스가?

이코노미증후군이라도 좋다. 나타나기만 해라 하던 참이었다.

짐칸에다 가방을 밀어 넣고는 차에 오른다. 에어컨까지.

12시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버스터미널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호텔을 찾아 나선다. 가깝다. 성이 바로 보인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포도덩쿨이 그늘을 만들고 있다. 슬라브집 2층이다. 거실을 중심으로 방 3개가 있다. 거실에는 과자, 사탕, 차를 준비해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이라 이름하였지만 민박집에 가깝다.

뽀송뽀송한 하얀시트를 이 가격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날 줄이야. 그것도 스위트 룸이다.

오늘은 감동의 연속이다.

 

 

점심 먹으로 간 식당에서는 Home Made Vodka라며 서비스로 내 온다. 달콤한 과일향이 난다. 이런! 횡재.

강하게 내리쬐던 햇빛이 제 집을 찾아갈 즈음 우리는 성으로 간다. 여기도 숙소에서 한발짝만 떼면 된다. 구름이 잔뜩이다. 햇빛 알러지가 있 - 다고 생각하- 는 아내는 좋아라 하고, 나는 시무룩하다.

라바티(Rabati) 성이다. 16C 오스만제국의 침입이 있었고, 이름도 그때 얻은 것이란다. 때문에 성에는 18C에 세워진 모스크와 기독교 사원이 함께 있다. 2011년부터 복원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조지아 복원의 왕관"이라는 찬사에 걸맞게 웅장한 규모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호텔과 식당이 있는 지역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고, 모스크가 있는 곳은 입장권이 필요하다. 간간히 비가 뿌린다. 망루로 올라가는 계단은 가파르고, 철제라 소리까지 거든다. 한 손에 카메라를 움켜쥐고 아내의 격려에 힘입어 한발씩 내딛는다. 등어리에 식은 땀이 흐르고 오금이 저려온다. 그리하여 얻은 결과물이다.

 

 


아내의 등을 방패삼아 망루에서 내려온다. 비가 그치자 무지개가 걸렸다. 고픈 배를 달래며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해가 떨어진다. 호텔은 언감생심이었고 밥이라도 먹자며 식당으로 들어간다. 10시가 훌쩍 넘었다.마침 메뉴에는 밥도 있다. 전망좋은 곳에 앉아 주문을 하고나서 아내에게 말은 건낸다."세상에 행운이 쓰리 쿠션으로  오는 날도 있네. 그~쟈."


성 밖으로 나왔다. 맨날 놀면서 하늘은 쳐다보지 못했나보다. 마침 큰 달이 걸렸다.

 

숙소는 Hotel JULIA Akhaltsikhe이다. 우리는 성이 보이는 사진때문에 큰 방을 예약했었다. 방은 넓었다. 방에서 성을 볼 필요는 없었다. 문 밖만 나서면 성이 보인다.

주인장 딸의 이름이 Julia다.

아침도 훌륭하다. 떠나는 날 - 07:00에 차를 타야 했다. -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아침을 차려 주셨다. 아직 영어가 짧지만 따님에게 연수중이더라.

숙박을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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