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는 계룡산에 있다.
학교 다닐 때 여름이면 동학사에서 갑사까지 산을 넘곤 했다. 그 때는 항상 여름이었다. 다른 것은 기억에 없고 갑사라는 글씨가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철당간이 아니라면 일부러 답사 가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천안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난 후에도 어중간한 거리 땜에 주저하다가 대전에 갈 일이 있어 갑사를 다녀오기로 했다.
갑사 주차장에서 들어갔다.
평일이어서인지 입구의 식당은 한산했다. 어떤 가게는 경기를 반영하는 듯 아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고, 다람쥐들만 양식 준비에 바빴다.
갑사는 무령왕 때 천불전을 중창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백제 웅진시대 대표적인 사찰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절은 조선시대 전란을 겪으면서 불타고 남북국 시대 신라의 작품인 철당간과, 고려의 부도만 갑사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주차장에서 갑사까지는 1km 남짓의 진입로를 따라 올라간다. 가을이 깊어지면 추갑사(秋甲寺)라는 말이 실감이 나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9월이라 신록이 무성하다.
이 건물 뒤에 대웅전과 여러 전각들이 오밀조밀하게 앉았다.
절에서 잠시 벗어나 계곡 초입으로 들어선다. 자그마한 약사여래상이 있지만, 눈길은 계곡에 더 오래 머문다.
계곡을 따라 아래로 조금내려오면 공우탑이 있다. 절에서 짐을 올려주면 혼자 암자로 나르던 소가 죽으니 그 은공을 기려 세웠다고 전해진다.
당우탑에서 내려와 왼쪽으로 접어들면 대적전이 있다. 철당간의 위치로 보아 본래의 절은 대적전이 제 위치가 아니었을까?
대적전 앞마당에 보물 257호인 갑사 부도가 있다. 약 2m의 높이의 팔각원당형으로 기단의 기단에 새겨진 인물과 사자상은 입체적이고 힘이 있다. 8각의 몸돌에는 자물쇠가 달린 문과 사천왕이 새겨져 있다. 지붕돌은 기왓골이 섬세하게 조각되었고, 상륜부는 후에 올렸지만 연꽃이 예쁘게 피었다.
갑사 철당간은 부도에서 아래로 난 길로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데 보물 256호이다. 청주 용두사터의 그것과 쌍벽을 이룬다. 28개의 철통을 이어 만들었는데 선후 1893년(고종)에 벼락을 맞아 4개가 부러졌으나 지금도 15m의 위용을 자랑한다.
네 명의 기단에는 안상이 조각되었고, 기둥은 소박하면서 완만한 곡선이 유려한 맛이난다.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 오는 길에 만났다. 어떤 의미로 누가 왜 달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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