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제주로 간다. 이번에도 억새다. 바람에, 지는 햇빛에 은빛으로 하늘거리는 그 모습은 여느 꽃보다 아름다웠다. 비행기표를 드는 순간 부드러운 오름의 능선과 바람에 한들거리는 억새가, 제주의 음식들이 - 애들 이름 외우는 것도 벅차던 내가 음식들은 이리 잘 외우고 있는지 - 천장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다. 전날 함께할 동서내외가 집으로 오셨다. 20일 아침은 은희네해장국 - 제주에서 유명한 집이란다. 마침 집 근처에 분점이 있다. -에서 막걸리를 곁들여 마시며 제주 기분을 한껏 내본다. 청주공항에서 안개는 우리의 발목을 2시간이나 붙잡았다. 늦은 점심으로 고기국수를 선택했다. 마음 속에 앉았던 그 국수집은 3시가 다 되었는데도 문 밖에 서성이는 사람으로 -전에도 옆집으로 갔었었다. - 가득했다. 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