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은 날도 있네. 그쟈." 저녁 성에 있는 식당에서 맥주잔을 놓고 내가 아내에게 한 말이다. 그러니까 그 날 아침에만해도 나는 땡볕에 서서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왼쪽으로 고개를 길게 빼고 있다. 한참을 차가 오지 않은 것이다. 아침에 출발하는 마슈로카를 탔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렇다고 내색을 할 수는 없다. 아내를 그늘로 피신시켜 놓고 땡볕에 서 있자니 금방 등어리에 땀이 찬다. 11시 대형버스가 우리 앞에 멈춘다.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간다. 자기도 아할치헤로 간다는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손짓을 한다. 아니 큰 버스가? 이코노미증후군이라도 좋다. 나타나기만 해라 하던 참이었다. 짐칸에다 가방을 밀어 넣고는 차에 오른다. 에어컨까지. 12시 버스터미널에 도착..